
매달 조달 회의에서 실제로 고민하는 건 치즈 소매가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 달 슈레드 치즈 물량을 지금 확정해야 할지, 크림치즈 계약 기간을 몇 달로 잡을지, 생크림 수급이 어려워질 때 쓸 대체 배합을 미리 승인받아야 할지 등이 더 큰 이슈죠.
해마다 폭염 관련 기사가 쏟아지지만, 정작 어느 품목이 먼저 영향을 받고, 어떤 품목은 평소처럼 대응해도 되는지까지 알려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원유란 젖소에서 짜낸, 가공되지 않은 우유를 말합니다. 거래소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석유와 달리, 원유는 생산방식도 다르고 계약에 가격이 반영되는 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폭염이 원유 생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여파가 생크림, 크림치즈, 수입 하드치즈 등 각기 다른 제품군에 어떻게 이어지는지, 마지막으로 구매팀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하는 조건들은 무엇인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핵심은 “치즈값이 오른다”라는 단언이 아니라, 어떤 SKU를 언제, 어떤 근거로 조정할지 결정하는 방향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 요약

여기서 쓰는 THI(온습도지수)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반영해 가축이 받는 더위 부담을 하나의 숫자로 나타낸 값입니다. 같은 33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THI는 올라가고, 젖소가 받는 열스트레스도 커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젖소 산유 기록을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THI가 70을 넘으면 산유량이 줄어들고, MUN(유중 요소태 질소)과 체세포수는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산유량은 단순히 받아들이는 원유의 양을 의미하고, MUN과 체세포수는 원유의 품질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같은 양의 원유라도 실제 가공 결과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열스트레스를 다룬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는 5월부터 9월 사이에 하루 중 최고 THI가 72를 넘는 상황을 기준점으로 삼아 분석한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이처럼 단순히 하루 최고 기온만 보는 게 아니라, 높은 THI가 며칠이나 이어졌는지까지 따져야 실제로 원유 공급을 협의할 때 더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 두 연구 모두 덥거나 습한 환경에서 산유량이 감소하고 유질 지표가 나빠진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을 보일 뿐, 실제 원유 조달 단가가 얼마나 오르는지에 관한 결론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또, 축사의 환경이나 냉방 시설, 사육 규모에 따라 같은 THI 조건에서도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데이터를 특정 납품 업체의 능력 평가로 바로 연결짓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생산성 저하가 모든 유제품에 같은 방식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자료는 폭염 시기 원유 생산이 하루 5,270톤에서 5,030톤으로 약 4.6%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음용유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고 생크림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다고 밝힌 결과가 있는데요.
읽어야 할 포인트는 단순한 감소율보다 배분의 방식에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4.6%가 줄었다고 해서 모든 유가공품이 똑같이 4.6%씩 부담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음용유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부족 현상은 일부 품목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지방 비중이 큰 생크림이죠.
치즈도 전부 같지 않습니다. 크림치즈나 마스카포네처럼 유지방 함량이 높은 프레시 계열 치즈와, 오랜 숙성이 필요하고 수입 비중이 높은 하드 계열 치즈는 같은 여름이라도 영향을 받는 경로가 다릅니다.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유지방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SKU를 세분화해두면, 공급사에 문의할 때도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유 생산량이 줄었다고 해서 모든 품목이 바로 공급 문제로 이어진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구매팀이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원유가 줄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SKU의 조달 조건이 가장 먼저 달라지는가?’입니다. 또, 물량 리스크와 조달 단가 상승도 같은 개념으로 묶지 말고 각각 따로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원유 생산량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제 조달 단가는 원유가격 체계, 용도별 배분, 재고·숙성 기간, 국제 시세와 환율이 함께 결정합니다.

가장 먼저,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첫 번째 완충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원유가격은 그 용도에 따라 협상으로 정해지는 방식인데요. 농식품부 원유가격 설명자료를 보면 2024년 음용유용은 1,084원/L로 동결됐고 가공유용은 887원/L에서 882원/L로 내렸습니다. 이 말은 즉, 여름의 생산 감소가 그해 원료 단가에 곧바로 얹히는 구조가 아니라 치즈 원료로 쓰이는 쪽 단가가 내려간 해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공정과 재고입니다. 원유를 받아 응고·성형하고 수개월 숙성한 뒤 계약 주기에 맞춰 납품하는 동안, 이미 확보된 재고와 앞서 체결된 단가가 완충 역할을 합니다. 여름에 줄어든 원유로 만든 치즈가 견적에 반영되는 시점은 그 여름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숙성이 긴 품목일수록 그 간격도 벌어집니다.
수입 비중이 큰 하드치즈는 국내 폭염보다 수출국의 원유 수급, 국제 유제품 시세, 환율의 영향을 먼저 받습니다. 다만 해외 원유 시세나 환율이 움직였다고 다음 달 치즈 견적이 같은 폭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원유는 가공과 숙성을 거치고, 냉장 운송과 유통 비용이 더해진 뒤에야 치즈 가격이 됩니다. 계약 시점과 보유 재고에 따라서도 반영 시점이 달라집니다.
앞에서 언급한 변수들은 움직이는 시점이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폭염이나 THI는 며칠씩 누적되어 영향을 미치고, 국내 원유 가격이나 계약 단가는 정해진 협상 시점에만 한 번에 바뀝니다. 또, 숙성 치즈의 재고는 몇 달 전에 이미 발주를 결정해 놓은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요소만 따로 보면, 회의 때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월별 구매 회의에서는 아래의 다섯 가지를 반드시 SKU별로 함께 살펴보셔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숫자들을 단순히 더해서 ‘다음 달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각 품목마다 발주 시기를 앞당길지, 기존 계약을 그대로 갈지, 물량을 나눠서 구입할지 혹은 조금 더 관망할지를 결정하는 데 이 자료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같은 달이라도 SKU별로 결론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가르는 조건이 넷 더 남습니다.
임팩티브AI의 딥플로우(Deepflow)는 이 판단표를 한 화면에서 유지하는 데 씁니다. 판매·재고·원자재 가격 같은 내부 데이터와 기상·국제 유제품 시세·환율 같은 외부 변수를 나란히 놓고, 시나리오마다 어떤 가정을 세웠고 무엇을 근거로 조기 확보·분할 구매·보류를 골랐는지 남깁니다. 최종 결정은 담당자와 승인권자가 내립니다.
폭염을 인상률 한 줄로 옮기면 어떤 가정이 틀렸는지 되짚기 어려워집니다. 더위 부담은 원유 쪽에 먼저 실리고, 품목마다 다른 크기로 갈라지며, 조달단가에 닿을 때는 협상 주기·숙성 기간·수입 경로를 지나면서 늦어지고 약해집니다.
세 단계를 하나의 퍼센트로 압축하는 순간, 예산이 빗나갔을 때 어느 단계의 가정이 틀렸는지 되짚을 방법이 사라집니다. 폭염은 예산안에 옮겨 적을 숫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먼저 던질지 정해 주는 신호입니다.
다음 조달 회의에서는 폭염 기사와 지난달 견적으로 인상률을 토론하는 대신, 다섯 신호의 현재 값과 그것이 가리키는 시나리오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그러면 회의의 질문도 ‘얼마나 오를까’에서 ‘어느 품목을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묶을까’로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