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의 전시장을 둘러보면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보행자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제조 로봇이 설비 고장을 미리 감지하며, 스마트홈 기기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예측 AI(Predictive AI)'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올해 CES는 생성형 AI의 화려한 데모를 넘어서, AI가 미래를 계산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실질적인 도구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행동을 제안하는 AI가 산업 전반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예측 AI는 과거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해 미래의 상태나 사건을 추정하는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기존의 규칙 기반 자동화나 단순 통계 모델과 달리,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복잡한 변수 간의 비선형 관계를 파악하고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CES 2026에서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진 비즈니스 환경에서 선제적 대응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EY의 CES 2026 프리뷰 리포트는 규칙 기반 자동화에서 머신러닝 기반 예측을 거쳐, 딥러닝과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에이전틱 AI로의 발전 단계를 정리하면서, 그 중간 단계로 예측과 의사결정 자동화를 강조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는 예측 AI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CES 2026에서 모빌아이(Mobileye),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 Deeproute.ai, Helm.ai, Qcraft 등은 레벨4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며, 핵심 차별점으로 행동 예측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로 차량과 보행자, 주변 차량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 레벨4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모를 시연했습니다.
단순히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계산하는 것입니다. 앞차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할 가능성, 교차로에서 보행자가 뛰어들 확률, 옆 차선 차량의 급제동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훨씬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예측을 통해 더 부드럽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지며, 승객의 편안함도 크게 개선됩니다.
센서 기술의 발전도 예측 능력을 뒷받침합니다. NXP, Arbe, Hesai, Robosense 같은 업체들은 4D 이미징 레이더와 적응형 라이다 데이터를 센서 융합해 충돌 위험도, 차간 거리 변화,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속도와 움직임의 벡터까지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이러한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면 충돌 위험도, 노면 상태 변화, 기상 악화 가능성까지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모비스를 비롯한 부품 업체들도 이러한 예측형 ADAS와 자율주행 기능을 부스에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특히 기상 변화나 장애물 출현 가능성을 미리 추정하는 기능은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의 시프트 레프트 테스트도 주목할 만합니다. QNX 같은 플랫폼 업체는 설정과 테스트, 배포 과정을 AI 기반 자동화로 처리하면서,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조건에서 사고나 오류가 발생할지 사전에 추정하는 워크플로를 시연했습니다. 실제 도로에 나가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위험을 미리 파악해 OTA 업데이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CES 2026 기조연설과 부스에서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모빌리티 전반에 걸쳐 대규모 모델로 수요 패턴, 로봇 동작, 자율주행 상황을 예측하는 AI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DRIVE 플랫폼과 로보틱스 솔루션에서 차량과 보행자 행동, 작업 환경 변화를 미리 계산해 안전과 효율을 높이는 예측 기능을 핵심 메시지로 강조했습니다.
AMD와 퀄컴도 AI 가속기, AI PC, 엣지 칩에서 수요 예측, 리스크 분석, 시뮬레이션, 자율주행 추론 같은 예측 워크로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연산 효율과 전력 효율을 강조하는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산업,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에서 실제 예측 모델을 구동하는 사례 중심 데모를 다수 선보였습니다.

피지컬 AI는 CES 2026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로봇이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다음 동작을 스스로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비전과 언어 기반 피지컬 AI 오픈 추론 모델 '코스모스 리즌 2(Cosmos Reason 2)'는 로봇이 물체와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작업 성공 가능성과 위험을 예측해 동작을 계획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제조 현장과 물류 창고에서 이러한 예측 능력은 실질적인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공장 로봇이 설비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하면 갑작스러운 라인 중단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류 로봇이 작업 지연이나 충돌 위험을 예측하면 경로와 작업 순서를 조정해 전체 처리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세션에서는 공장과 창고에서 로봇이 설비 고장 징후, 작업 지연, 충돌 위험 등을 사전 예측해 경로와 작업 순서를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데모가 다수 소개되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인간과의 협업이 중요한데, 사람의 동작을 예측하고 위험 상황을 미리 파악하는 능력이 안전한 협업의 전제 조건입니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예측 AI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CES 2026 프리뷰와 기사에서는 웨어러블과 디지털 헬스 기기가 생체신호와 생활패턴 데이터를 이용해 질환 악화 가능성, 심혈관 이벤트 위험도, 수면과 스트레스 상태를 예측하는 솔루션이 주요 축이 될 것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운동, 식단, 복약 알림 등 예방 중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흐름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적절한 개입이 가능해지며, 병원 방문 시점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홈 영역에서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학습해 언제 어떤 가전을 쓸지, 어느 방에서 활동할지를 예측하고, 조명과 냉난방, 보안 장치를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AI가 CES 2026 주요 데모로 다뤄졌습니다.

삼성전자는 TV와 가전 중심 AI 플랫폼이 사용자의 선호와 시청 패턴을 예측해 콘텐츠 추천, 에너지 절감, 고장 가능성 사전 알림을 제공하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사용자가 언제 귀가하고, 어떤 가전을 사용할지 예측해 조명과 냉난방을 미리 조절함으로써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입니다. 가전 부품의 이상 신호를 감지해 고장을 예측하고 사전에 알림을 주는 기능도 유지보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예측 AI는 수요 예측과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제조 및 유통 기업의 과잉 재고와 품절을 방지하고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CES 2026에서 주목받은 임팩티브AI의 '딥플로우'는 224개 이상의 머신러닝·딥러닝 모델과 방대한 외부 데이터를 통합하여 정확한 판매 및 출고량 예측을 제공합니다.

딥플로우의 차별점은 단순히 예측값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LLM 기반 분석 기능을 활용해 예측의 근거와 함께 각 부서(영업, 마케팅, SCM 등)에 최적화된 실행 전략까지 자동으로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실무자는 복잡한 데이터 해석과 보고서 작성 시간을 줄이고,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BI 대시보드는 재고 현황 및 생산량을 시각적으로 관리하여 비용 절감과 품절 위험을 최소화하며, MI 대시보드는 환율, 원자재 가격 등 외부 시장 데이터와 단기 예측을 제공하여 기업이 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돕습니다. 딥플로우는 예측을 넘어 구체적인 비즈니스 행동을 지원하는 예측 AI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며, 이는 CES 2026에서 강조된 주요 AI 트렌드와 일치합니다.
예측 AI의 확산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CES 2026 프리뷰 리포트는 기상 예측, 신약 개발, 금융 리스크 분석, 공급망 시뮬레이션 등 초대규모 예측 워크로드를 처리하기 위한 AI 인프라를 핵심 투자 영역으로 정리했습니다. 웨이퍼스케일 칩, 고성능 스토리지, AI 데이터 플랫폼이 대표적입니다.
Cerebras의 웨이퍼스케일 컴퓨팅과 Pure Storage의 FlashBlade, EXA 등은 대규모 예측 및 시뮬레이션 모델 학습과 추론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기반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없이는 복잡한 예측 모델이 요구하는 엄청난 연산 능력과 데이터 처리 성능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클라우드 중심에서 엣지와 온디바이스로 예측 AI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제조 로봇은 실시간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지연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디바이스 자체에서 예측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경량화 기술과 효율적인 칩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규칙 기반 자동화에서 머신러닝 기반 예측을 거쳐, 딥러닝과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에이전틱 AI로의 발전 단계를 정리하면서, 그 중간 단계로 예측과 의사결정 자동화를 강조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예측 AI는 산업과 생활 전반에서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기본 레이어로 간주되며, 거의 모든 세션과 전시 토픽과 연결된다고 평가되었습니다.
제조 기업은 설비 고장을 예측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 기업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재고 효율을 높이며, 헬스케어 기업은 질환 악화를 미리 감지해 예방 중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위험을 예측해 안전성을 높이고, 스마트홈은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해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CES 2026에서 확인한 예측 AI의 진화는 산업과 일상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계산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행동을 제안하는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가치에 있습니다. 예측 AI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CES 2026은 이러한 가능성이 이제 컨셉이 아닌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부터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삼성전자의 앰비언트 AI, 그리고 임팩티브AI의 수요예측 솔루션까지, 각 분야에서 예측 AI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쏟아졌습니다.
앞으로 예측 AI가 산업과 일상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CES 2026은 그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습니다.